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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 # 배우 # 송파구 장기 거주민

황범식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생계형 배우 황범식이라고 합니다. 1970년대에 KBS 드라마 입사해서 연기한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지요. 많이 유명하지는 않아도 연기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드라마 외에 연극, 악극, 지방 다니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공연도 하고요. 가끔 뮤지컬을 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그런 공연들도 줄어드니 조금 우울하고 힘들게 지냅니다. 저뿐이 아니라 다들 어려운 상황이니까.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될까 그런 고민도 하고 살아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저는 참 운이 좋게도 여기 올림픽공원 근처에 사는데, 참 좋아요. 공원이 바로 옆에 있고, 쾌적하고 좋은 주거 환경입니다. 이 공원이 저녁 되면 제 연습장과 마찬가지입니다. 대사를 외운다든지 할 때, 집에서 외우면 텔레비전이나 음식 조리하는 소리 등 생활 소음 때문에 어려운데, 여기 나와서 연기 고민도 하고 노래 공부도 하곤 해요.

지금 사는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지금까지 많이 옮겨왔습니다만 제 고향은 강원도 정선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외삼촌 결혼식 구경하러 왔다가, 운이 좋은 건지 서울로 전학 와서 초, 중, 고교를 다 나왔어요. 그리고 1965년도에 현재의 서울예술전문대학인 곳에 들어가 연극 공부를 했어요. 군대 다녀오고는 외대 앞에서 자취를 했어요. 그러다 결혼해서 화곡동에서 신혼을 보냈고, 처갓집 들어가서도 살았어요. 그다음 집으로 넘어가기 전에 집 마련할 돈을 준비하느라 신림동에서도 잠깐 지냈고요. 88올림픽이 끝난 직후에는 그해 크리스마스를 여기서 보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땐 저희 아이들이 다 어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온 곳이 여기 올림픽선수촌아파트고 계속 정착 중입니다. 지금은 옆 단지로 이사를 했습니다. 집값이나 다른 문제를 떠나서, 그냥 이 동네가 좋고 계속 살고 싶습니다.

어떠한 이유로 주거를 이동하게 되었나요?
KBS 배우 9기생으로 입사하면서 자취방에 갔는데, 돈이 없어서 방 한 칸, 부엌 있고 문 열자마자 안집 거실 있는 구조의 방을 얻었습니다. 안집에서는 제가 중앙에 드나드는 게 불편한지 제 방과의 공간을 차단했어요. 저는 화장실 가려면 쪽문 열고 나와서 대문 열고 화장실 가는 등 그렇게 빙빙 동선을 돌아가면서 생활했어요. 거기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지금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젊음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해서 불행하다거나 슬프다는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주거 환경이 나쁘긴 했지만요. 그런데 어느 해인가 여름에 장마 때문에 방에 물이 가득 차서 중요한 것만 반바지에다 넣고 탈출했습니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홍수, 그런 재해를 겪었어요. 그런 추억이라기보다는 시련에 가까운 일도 많았어요. 결혼 전에는 저는 배우라서, 일반 회사원처럼 낮에 출근하지 않으니까, 세입자 남자가 낮 시간에 집에 있는 그런 부분들을 좀 꺼리는지 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가 결혼도 하고 화곡동에서 살고, 그러다가 이런 곳에도 왔어요. 내가 내 능력에 비해서 운이 좋구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일까요?
지금 이곳이 제일 좋습니다. 아이들도 초등학교 나오고, 학군도 좋고요. 1988년에 왔으니 저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죠. 백화점도 있고 뒤쪽으로는 남한산성이 있고, 또 마침 고향인 강원도에 가기에 톨게이트가 정말 가깝고 편리해요. 바로 고속도로가 나옵니다.

여러 장소를 이동하셨는데, 공간과 장소의 이동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자취할 때 지금은 방 한 칸이지만 노력해서 다음엔 두 칸을 해 보자, 다음엔 전세, 노력해서 또 저 집을 사야겠다. 고생하면 언젠간 저 집이 내 집이 되겠지? 그런 단계적 성취 같은 개념도 있었어요. 부동산적 의미보다는 좀 더 쾌적하게, 남에게 방해 안 받고, 나만의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왔다고 할까요.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이 노래 한 소절이 제 맘을 대변합니다.

가장 살고 싶은 집이나 지역이 따로 있을까요?
지금 여기도 말씀드렸듯 만족합니다만, 다른 지역이라면 잠실의 아시아선수촌아파트요. 친구가 살아서 많이 다녔는데 거기도 좋은 것 같아요.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는 미니공원과 야구장이 있는데 제가 야구를 좋아해서 좋더라고요.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을까요?
저희 집 같은 경우도 수리가 제대로 안 되어서, 오래되어서 난방이 잘 안 됩니다. 겨울에 거의 추워요. 그런 애환이 있습니다. 재건축이나 시공 문제가 잘 되어서, 오래된 곳이나 최소한의 주거 환경에 사는 사람들도 시민으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쾌적함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을 떠올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다 비슷할 것 같습니다만, 교통과 치안이 좋고, 아이들 학교 다니기 좋은 곳이요. 저의 경우에는 통근이 용이한 그런 지역이 살기엔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제가 하는 드라마나 연기 무대에 대해서, 저 황범식이라는 배우는 연기 잘해, 이런 얘기를 시청자에게 계속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3년 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못다 이룬 꿈들, 직업적 욕심을 이루면서 제 이웃과 가족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새는 제가 수신제가를 잘 못했구나, 반성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내가 지금까지 일해 왔던 드라마나, 무대에서도 좀 더 유비무환이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했다면,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신중했다면 지금 더 멋진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70세가 넘었는데도 스스로 부끄러운 점이 많습니다. 오늘 인연이 되어서 앤솔로지 팀과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만나게 되었으니, 덕분에 지금 하는 고민들을 3년 뒤에 다시 보면서 ‘그때 내 고민이 잘 수확되었구나, 하하하.’ 하고 크게 웃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