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 일본인 # 가정주부
나오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일본에서 온 나오코라고 합니다. 결혼해서 한국에 온 지 4, 5년 정도 됐습니다. 지금 집에서 4살, 1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제주도 서귀포시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는 곳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일본 도쿄에 시나가와군, 큰 도시에서 태어났어요. 24살 정도까지 살고 부모님과 같이 옆에 사이타마로 이사 가서 그곳에서 1년을 살았어요. 제가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일하기 위해 혼자 도쿄로 다시 돌아와 2년 정도를 살았어요. 그러고 일을 그만두고 호주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1년 유학을 하고 1년 정도는 일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총 3년 정도 호주에서 보냈습니다. 당시에 한국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한글을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 3개월 어학당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어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 송파구에서 살다 첫째가 태어나기 전에 남양주 다산동에 이사를 가고, 둘째가 태어나고 이번 달에 제주도에 이사를 왔습니다.
어떠한 이유로 주거를 이동하게 됐나요?
제주도는 남편의 누나가 살고 있어서 가까이 살고 싶었어요.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데 남양주시에서는 어린이집이 부족해서 대기가 너무 많았어요. 제주도는 대기가 괜찮다고 들어서 오게 됐어요. 처음 제주도는 나무 때문에 일본 오키나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집이 아파트 1층이에요. 전에는 아파트 17층에 살아서 그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제주도는 햇빛이 많고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밖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1층이라 아이들과 힘들지 않게 밖에 자주 나갈 수 있어서 좋아요. 도쿄에서 살았던 집은 할아버지의 회사 2층이었어요. 1층이 회사, 2층이 집이었어요. 회사가 이동을 하게 되면서 우리도 이사를 하게 됐어요. 도쿄는 너무 큰 도시고 사이타마는 좀 시골이에요. 한국으로 치면 도쿄가 서울이라면 사이타마는 하남이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호주에서는 유학하는 학교 기숙사에 1년 정도 있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호주 여기저기를 이사 다녔어요. 호주에서 한국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할 때 조금씩 단어가 들리고 말을 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니, 조금 더 공부하면 친구들과 더 많이 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한국에 왔어요. 신촌 연세대학교에서 공부를 했어요. 한국에 여행을 몇 번 왔었지만 살아본 건 처음이었죠. 남편이 옛날에 살았던 곳인 송파구 풍납동에서 1년 조금 넘게 살았어요. 시누이가 있는 하남과 가까웠어요. 이후에 이사를 갔던 남양주는 신도시라 주변에 아파트밖에 없었어요. 가게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죠. 아이들도 많고 엄마들이랑 친구가 돼서 놀러 다니면서 편하게 살 수 있었어요.
한국에 살면서 느낀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이 있나요?
일본에선 보통 결혼을 하면 평생 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한국은 2년 계약 때문에 2년씩 이사 가는 사람이 많다고 들어서 신기했어요. 일본에선 아파트를 빌려도 몇 년까지 이런 조건이 없고 살고 싶은 만큼 계속 살 수 있다는 게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일본은 계속 같은 집에서 살다 보니 심심하거나 지겹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은 이사도 많이 하면서 그때마다 집 정리도 할 수 있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밖에서 아기를 안고 있으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기에 대해 물어봐요. 놀이터의 아이들도 아기의 나이를 꼭 물어봐요. 그런 게 너무 신기해요. 일본에서는 나이를 물어보지 않고, 말도 잘 걸지 않아요. 아이들도 잘 모르는 사이면 그렇게 친해지려고 하지 않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친근하게 말 거는 게 좋아요. 그리고 일본에는 이렇게 높고 넓은 아파트가 많이 없어요. 제가 사는 집을 일본의 부모님께 보여드리니 일본에 연예인들이 사는 집 같다고 하셨어요. 일본은 보통 아파트라고 하면 3층~5층 정도로 높지 않고 방도 2, 3개 정도에 크기도 한국이 훨씬 넓어요. 부모님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살아온 장소에서 기억에 남는 좋았던 추억이 있나요?
어릴 적 살았던 도쿄 시나가와군의 집이 조금 특이했어요. 원래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숙사 같은 곳이었어요. 방이 3, 4개 있고 일반 집이랑 달랐어요. 복도가 길어서 친구들이 저희 집에 놀러오면 그곳을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커서 좋았어요. 그런데 너무 옛날 나무 집이라서 집이 깨끗하진 않았지만 특이해서 좋았어요. 그 집이 지금 없어져서 그게 좀 슬퍼요. 그래도 그 근처에 친언니랑 옛날 친구들이 아직도 살고 있거든요. 비록 살았던 집은 없지만 제가 살았던 곳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공간과 장소의 이동은 어떤 의미일까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것. 제게 항상 좋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사는 나라마다 제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제주도에 와서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것보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전 일본에 있을 때는 내성적이었어요. 앞에 나서는 것도 안 좋아하고 친구들한테도 먼저 말 걸지 않았어요. 호주에서는 영어를 하고 싶어서 제가 먼저 얘기도 하고 친구도 많이 생기고 밝아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보다 강해지는 것 같아요. 엄마가 돼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일본에 있을 때는 제 생각을 잘 말하지 못했어요. 한국에서는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더 편하다고 느껴요. 좀 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제주는 비가 많이 와서 습기가 많아서 곰팡이가 생길까 봐 제일 걱정이 돼요. 아이들한테 안 좋다 보니. 그래도 아래층이 없어서 아이들이 뛰어도 괜찮은 점이 좋아요.
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집에 있어서 거실과 부엌이 넓은 게 좋아요. 안방보다는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거실이 넓은 걸 더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일본 사람이라서 그런지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앞으로 살고 싶은 집이나 지역이 있나요?
지금까지 살아온 집 중 한국 아파트가 제일 살기 편해요. 그래서 아이들 크면서도 이런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그런데 일본에 가게 되면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요. 아이들이 크면 소음도 걱정되고 프라이빗하고 옆집과의 소음 문제도 아파트보다 좋은 것 같아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저한테 집은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 와선 일을 안 하고 있어서 거의 집에만 있거든요. 그래서 집 안에서 문제가 있으면 하루 종일 그것을 고민하고 생각해요. 집은 저한테 전부죠. 그래서 집안에 문제가 없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제주도에서 정말 편하게 살고 있어요. 밖도 잘 보이고 날씨도 좋고, 집 안에 햇빛도 들어오니 제 기분도 같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3년 뒤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국어를 더 잘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첫째랑 둘째가 한국말로 대화를 많이 하고 있을 텐데 그때 “엄마 왜 이것도 몰라?” 이런 말을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3년 후에도 창피하지 않게 공부해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