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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 글 작가 # 프리랜서 # 좋은 타이밍에 좋은 집들

백희원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서울에서 살아왔고요. 주로 하는 일은 비영리 사회 혁신 분야에서 글 쓰고, 연구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그간 다뤘던 주제는 청년 기본 소득, 사회 위기, 기후 위기 관련된 주제들입니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지금 사는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원래는 노원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오래 살았어요. 유년기에서 10대 20대까지. 대학 졸업하고 부모님 집을 나오게 되었어요. 그때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었는데, 일단 집에서 나와야 내 생활이라는 걸 만들 공간, 정신적으로 독립할 공간이 생길 것 같아서 집에서 나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보증금, 월세가 저렴한 공간을 찾게 되었는데요. 마침 또래 친구가 먼저 자취를 시작하고 다음 집을 구하던 중이라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해서, 둘이 용산구 보광동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작고 독특한 집이었어요. 옆집도 다세대 주택이었는데 사람이 자주 바뀌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한 6년을 살았어요. 그 집도 저에게 소중한 공간이었지만 부엌이 있어서 요리가 가능한, 각방이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 성북동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가 똑같은 구조인 바로 옆집이 마침 비었다는 거예요. 그렇게 들어간 성북동 집에서 2년 정도 살아보니 성북동이라는 지역이 좋았어요. 제 활동권이 서울 북서쪽, 종로 쪽이니까 위치도 나쁘지 않았는데 집주인이 만료 1개월 전에 이제 나가라고 해서 급하게 집을 찾았습니다. 그래도 성북구가 좋아서 지금 집 정릉으로 오게 되었어요.

어떠한 이유로 주거를 이동하게 되었나요?
이동하게 되는 요인은 불안감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살아온 집들에 고마운 마음이 있고 만족하는데, 그게 다 요행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처럼 집을 구하려고 발품을 아주 열심히 팔지도 않았는데, 좋은 타이밍에 소개도 받았고, 좋은 집들을 만났고요.

지금까지 이동하면서 즐거웠던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것들은 많은데, 첫 번째 집도 아주 작았지만 그 작은 곳에도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너무 좋았어요. 거실이 없으니 친구와 서로 자기 방문턱에 걸터앉아서 얘기를 하면서, 밤에 계속 수다가 이어지는 순간들이 너무 좋았고요. 지금 이사 온 곳은 천과 북한산이 가까이 있어서 집에 살고 있어도 자연이 가깝게 느껴지는 게 좋아요. 베란다가 생겨서 그곳에서 요가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일상이 좋습니다.

공간과 장소의 이동이 당신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에게 의미가 매우 큰 것 같아요. 장소에 따라 생활 스타일이 크게 변하고, 주변의 거리 인공물과 가지는 관계나, 매일 만나게 되는 교통수단이 크게 변화해요. 지금 있는 곳은 산이라 자전거 타기가 어렵고, 버스를 많이 타게 되었어요. 가령 용산구 살 때는 택시를 타면 서울 중심에 금방 도착하니까 택시를 많이 탔고요. 이런 변화들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내가 가진 삶의 기술이 다양해진다는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없으면 살 수 없는 것. 가장 편안하고 나를 돌봐주면서, 내가 돌봐야 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집을 잘 돌보는 시기에 나 자신도 상대적으로 잘 돌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해요. 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장 살고 싶은 집 또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지금 제가 사는 곳에서 그대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재개발 등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고 여기서 쭉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입니다.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채광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돈은 넉넉하지 않으니까 반지하 같지 않은 반지하, 그런 곳만 자꾸 찾게 되었죠. 그다음은 걷거나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집에서 운동할 수 없어도 주변에 나가서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주변이 안전하고 쾌적한 그런 곳이요.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을까요?
현재 집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할지라도 주거 공간을 정하는 건 운이 많이 좌우하는 문제인 것 같고, 주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해요. 있다면 막연하게 다음 집은 전세로 가고 싶다는 것 정도는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려면 좋은 곳에 취직해서, 저의 청년기가 곧 끝나기 전에 청년 대출 같은 것을 해야 되지 않나 그런 고민이 드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인생 노선을 바꾸거나 따라가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죠.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직업상 그때그때 필요한 글, 콘텐츠를 쓰거나 만드는 걸 했어요. 타이밍에 맞춰서 내보내야 하는 효과적인 글쓰기, 지금은 좀 장기적으로 축적되는 글쓰기를 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3년 후에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나요?
관절이나 몸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균형이 잘 잡힌 영양 식단을 신경 쓰면서 건강을 관리하기, 무엇보다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