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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 화가 # 일산 거주

○○○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그림 그리는 ○○○입니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일산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급하게 자리를 옮기다 보니까, 비어 있는 곳을 발견해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주 이동하는 편인데요.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이후로부터는 항상 그래왔던 것 같아요.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했어요. 한국 특성상 계약 때문에 1, 2년 정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잖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1년은 머물렀었는데, 그 전 다른 지역에서는 1년 못 채우고도 이사 다니고 그랬습니다.

거주의 이동이 당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제게는 엄청 힘들어요. 대신에 새로운 곳으로 가니까 재충전, 리프레시할 기회를 주기도 하고요. 버릴 것 정리할 것, 구별해서 정돈을 한 번씩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아온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일까요?
아이슬란드. 거기서 1달 정도 있었어요. 아이슬란드 북쪽 끝마을의 쉐어하우스 형태의 공동 부엌이 있고 그런 곳이요. 거기 방 하나만 쓸 수 있었는데 그곳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지리 특성상 날씨가 험해질 때가 있는데, 험해지는 수준이 밖에 있으면 사람이 날아가는 정도예요. 그래서 집을 너무 튼튼하게 지었어요. 밖에는 날씨가 험해서 난리가 났지만, 집 안에서 안전하게 고요하게 느끼면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 순간들이 되게 좋았어요.

주로 혼자 이동했나요?
네, 아무래도 이동할 때는 혼자 이동하는 게 편리하고 일 진행이 잘 되니까요.

이전의 장소에서 거주하면서 인상 깊었던 사연이나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여기서는 고독함을 많이 느끼죠. 아무래도 주변인들이 서울에 많이 있고 자주 못 만나기도 하고요. 서울에 살 때보다 여기 살면서 밖에 잘 안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서울이 접근성이 좋으니까 주변에서 연락도 자주 오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여기 경기도로 오는 게 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연락도 자주 안 오고요. 그래도 서울과 비교하면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집 안 상태가 좋고 쾌적해요.

여기는 작업실이자 생활도 같이 하는 곳인가요?
여기는 작업실 겸 집으로 사용하는 중인데, 여행하면서도 집 따로 작업실 따로 구할 수 없으니까, 내가 머무는 곳이 작업하는 곳이고, 작업 공간이 곧 집이고, 그렇게 생활하면서 굳어지게 되었어요.

공간과 장소의 이동이 당신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자유롭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요. 언제든 내가 자유롭게 떠날 수 있구나. 한 번씩 이사를 한다는 것이 그걸 물리적으로 느끼게 해 줘요.

작업 자체는 남겨지는 걸 만드는 방식인데, 작업물들이 있어도 주거 이동이라는 행위가 자유롭다고 느끼시나요?
이사를 한다는 게 너무 힘든데, 결국에는 작업물도 하다 보면 다 옮겨지게 되어 있고요. 아, 내가 이렇게 살면 이런 작업을 못하는구나, 이런 제한들과 조건을 알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이 작업은 이걸 할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이 따로 있겠구나. 그런 걸 깨닫기도 해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많이들 하는 말 같기는 한데요. 집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죠.

가장 살고 싶은 집 또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교통이 좋았으면 좋겠고요. 아무래도 공간이 크면 클수록 좋고, 특히 창문이 컸으면 좋겠어요. 지역은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위치를 특별하게 생각한 적은 없어요.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내가 여기서 어느 정도의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가. 너무 노후하지는 않았는가? 정도가 고를 때 중요해요. 제가 벌레를 매우 안 좋아하는데, 애초에 빨리빨리 그런 상황을 방지하려고 애를 써요. 노후가 되었다고 하면 입주 전에 엄청 대비를 하고, 전에 그런 곳에 살았는데 노이로제에 많이 시달렸거든요.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을까요?
조금 더 커졌으면 좋겠다. 작업을 같이 하다 보니까, 작업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요. 작업 가능한 공간만 20평쯤 되었으면 좋겠어요. 해결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겠지만….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생각하는 작업 시리즈가 있는데, 그게 시각적으로 아직 구현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예정된 전시 전에 그게 표현으로 나온다면 굉장히 성공적인 한 해가 될 것 같고요.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3년 후에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나요?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그때 살아오는 편이라서, 3년 뒤에는 막연하게 조금 더 넓은 곳에서 살고 싶어요. 작업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