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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 프리랜서 # 기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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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사진이나 글 이런 걸로 매일 일상을 기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주로 본 것, 돌아다니면서 본 아름다운 것들 사진 찍고요. 사회 고발적인 것도 기록해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인천 계양구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원래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학교 진학 때문에 서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인천에서 통학하려 했는데 생각해 보니 길에 버리는 시간도 많고, 혼자 살아보고도 싶고, 아는 학과 언니랑 같이 보증금 반씩 보태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러다 저 혼자 4인 기숙사로 옮기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졸업 후 취업을 했어요. 회사도 서울에 있었는데, 이미 서울에 집이 있는 아는 언니가 있어서 그 아파트 언니의 방을 빌려서 거기서 회사로 통근을 했어요. 회사를 그만두면서 다시 인천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시세보다는 적게, 인정에 호소해서 아는 언니에게 월세처럼 방을 얻은 거죠.

거주의 이동이 당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처음은 학교, 그다음은 돈을 어디서 버느냐가 중요해서 서울에 있었고, 서울에서 계속 벌고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굳이 서울에서 살면서 돈을 벌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인천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일까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살았던 아파트. 세 식구가 모두 같이 살았고, IMF가 터지기 전에 부모님이 처음으로 마련한 자기 집이라 두 분 애착도 남달랐어요. 그 분위기에 저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 나무도 많고 볕도 잘 드는, 학군도 좋았던 아파트 단지였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때 살았던 그 아파트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거주하면서 인상 깊었던 사연이나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집 자체가 오래된 집이고 그 동네를 제일 잘 알 것 같지만. 저희 집 사람들이 주변과 왕래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숙집처럼 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집 주변 반경이 거의 다 재개발에 들어갔는데, 주변인은 우리 집만 재개발 안 한다고 안타까워하세요. 그런데 사실 나는 그게 오히려 좋거든요. 어디로 집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거나 투쟁, 분쟁하는 것도 귀찮고 싫고. 그런데 제 집 주변은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면 주변 상권도 좋아질 거잖아요. 맛있는 빵집이나 볼거리 등, 그런 게 많아질 거란 그런 기대는 하고 있어요.

공간과 장소의 이동이 당신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처음에 서울에서 인천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내 인생이 실패했다, 낙향했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스물 중반밖에 안 되는 젊은 나이인데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웃기지만요. 사실 지금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런 건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없었어요. 사는 곳이 어디냐 어느 지역이냐는 게 저 자신에게는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지역의 차이가 조금 안타깝거나 아쉬운 건 있어요. 가령, 번화가에서 좀 멀어지면 맛있는 커피를 못 마신다든지, 보고 싶은 영화나 전시가 있으면 시간을 더 들여서 신경을 써서 보러 가야 한다든지, 그런 인프라적 요소가 아쉬운 거지 나 자체가 지역성에 많이 휘둘리지는 않아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 엄마가 있는 곳, 귀가하면 엄마가 집에 있고 집을 나설 때 엄마에게 인사하고 나오고. 엄마가 계속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가장 크고, 현재 조금 좁고 볕이 안 들지라도 제일 편한 곳이요. 샤워하고 맨몸으로 돌아다니고 해도 거리낌 없는 장소.

가장 살고 싶은 집 또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옛날에는 한옥 주택 같은 곳이었어요. 그냥 보기에 멋있으니까, 내가 살림을 잘 몰랐을 때니까요. 난방비, 벌레, 청소를 생각하면 아파트가 제일 낫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경제적으로, 여러 조건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어디를 택할 것인가 가정해 본다면 그럼 역시 주택인 거 같아요. 마당 있고 2층이 있는 그런 집이요. 살고 싶은 지역은 제가 우연히 지방을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서울을 벗어나면 문화 인프라가 적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각 지방마다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접근시키고 공유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아직은 서울보다 규모가 작을지라도 다른 지역에서 서울과 다른 지역의 재미, 그걸 탐구하는 재미도 클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지방에서 산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저는 부엌이요. 저에게 제일 중요합니다. 제가 요리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요리할 때 공간이 넓은 게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아일랜드 식탁이 유행할 때 저도 가지고 싶었는데, 공간이 부족해서 포기했었단 말이죠. 직접 요리를 해보니 수납 혹은 조리대가 작으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을까요?
집 자체는 20년 정도 된 건물인데, 도배를 해야 하지 않나 해요. 보일러나 다른 건 관리나 수선을 했는데, 벽이 너무 지저분해서 사진도 찍기가 힘들어요. 도배를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최근 어떤 인터뷰를 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늘 하루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어요. 계획은 없지만 저도 그 내용이 와 닿아서 매일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3년 뒤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정말 차를 가지고 싶어요. 친구들 차를 타고 다녀보고 하니까, 그간 대중교통 뚜벅이 생활에 불만이 없었는데 막상 차를 타 보니, 차의 종류나 비용 문제가 아니라 발이 넓어지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고. 가능성과 기동성에 대한 욕망이 생겨서 차가 생겼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