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 국어교사 # 방사시 (집을 다른 이들도 쉴 수 있게 나눈다는 의미)
다보행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인천에 살고 있고 지금은 학력 인정제 학교, 성인 대상 학교에서 국어 교사를 하고 있어요. 사정 때문에 중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입니다.
국어 교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대학 1학년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대학교 동창이 축제를 즐기다가 옷이 젖어서 그 편의점에 급하게 속옷을 사러 왔어요. 그 친구가 편의점 알바 보수도 적은데 학원 강사를 해보라고 해서, 그렇게 학원 강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강사 일로 밤낮이 너무 바뀌니까 건강이 안 좋아져서, 정교사 자격증도 있고 해서 학교로 와서 국어를 가르치게 되었어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인천 논현동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어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갈등이 있었어요. 전 불교 신자인데 스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하는 게 맞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독립할까 막연해하던 차에 국민 임대주택에 청약을 넣고 당첨되어서 여기로 왔습니다.
불교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요?
제 성격이 호전적이고 잘 싸우는 편이었는데, 그동안 내가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위주로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었어요. 다른 것들을 더 알고 싶어서 불교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거주의 이동이 당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성인이 되니까 부모님과 자식 사이에도 각자 주장이 생기잖아요. 제 직업은 학원 강사인데, 서로 자는 시간이 상반되는 등 부모님과 생활 패턴이 많이 어긋나고 안 맞는 거예요. 생활환경이 안 맞으니까 자꾸 부딪히게 되고, 서로 가진 상처가 드러나게 되는 거예요. 여기서 자취를 시작하니까, 부모님이 다시 같이 살자고 하셨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서로 가까운 곳에서 지내되, 각자 독립한 개인으로 살자고요. 종종 교류는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여러 곳을 이동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주거 공간은 아니고, 예전에 굉장히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운영하던 가구 목공방이요. 저는 조수로 그분 일을 도왔어요. 그 공간은 나무 향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늘 웃음이 있던 곳이고, 제게는 굉장히 소중한 기억의 공간입니다. 주로 원목 가구, 침대, 의자 같은 걸 많이 만들었어요.
지금 주거지에서 인상적인 곳,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 근처에는 아직 없어요. 자주 가는 곳이나 아지트 같은 공간도 없어요.
공간과 장소의 이동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목공방도 그렇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게 공간과 장소 같아요. 현재를 살아가는 데 소중한 자원,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안정감을 주는 울타리.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안 해도 되는 공간이요. 불교에서는 방사시라는 말이 있어요. 집이 타인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는 것을 말해요. 또 의식주 해결의 목적 이상으로, 집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공간인 것 같아요. 제 삶에서 지금이 그래도 가장 주거 환경이 좋은데, 반지하에 살 때는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그런 게 있었거든요. 돌아가고 싶은 곳, 내가 애정을 주면서 내게 애정을 줄 수 있는 곳이 집인 것 같아요. 사람마다 집은 별로여도 좋은 차를 산다든지, 주거나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데 그래도 저는 집이 내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해요.
집이 방사시 개념이라는 게 인상이 깊어요.
막상 독립하니 적응이 힘들었어요. 이렇게 성인이 되었는데도, 엄마 목소리를 밤에 틀고 잘 정도로, 의지를 많이 하고 힘들어했거든요. 그러니까 누군가도, 배우자와 싸우거나 했을 때 언제든지 여기 놀러오고, 쉬러 오고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필요할 때 자리 내어주고 밥 한 끼 내어주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타인에게 그런 좋은 인연이 되는 아지트였으면 좋겠어요. 이 방사시에는 한 번 남편과 다투고 오신 분도 있고, 놀러 오신 손님들도 많이 있었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도움을 받아서, 저도 이렇게라도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살고 싶은 집 또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마당이 있는 한옥 기와집, 따듯하고 햇볕 잘 드는 그런 남쪽. 한옥처럼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한옥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의 모습이 좋아요.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자유와 안정감이요. 밖에서는 힘들 수도 있지만, 집에 오면 안락하다 자유롭다 평화롭다 느끼는 그런 평화의 공간이 되는 게 집 같아요.
집에서 가장 편안함, 해방감을 느끼실 때는 언제일까요?
집에 일인용 소파가 있는데 거기 누워서 베란다로 통해 쫙 들어오는 햇살 받으면서, 낮잠 잘 때요. 그때가 혼자 있으면서도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다고 느껴져요.
집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그 해결을 위한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 집이 청약 임대주택, 월세살이다 보니, 월세가 나가지 않는 내 집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요. 내 이름으로 된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집이 아니니까 마음대로 꾸미거나 벽에 못 하나 박기도 어려워서요. 내 손이 안 가니, 내 집이라는 생각이 약해서 집에 대한 애착이 다소 덜 가요. 사실 업무 및 스트레스로 몇 년 아팠어요. 지금은 나중에 자가 주택 마련을 위해서 조금씩이나마 돈을 모으고 있어요. 계약직이기 때문에, 몸 다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하게 저축하자는 그 정도가 제 계획입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심리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어요. 아직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홀로서기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비혼인데 머지않아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습니다. 계획보다는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3년 뒤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 걸음 한 걸음 잘 해냈다. 너는 온전하고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말을 제게 해 주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건 안정된 직장과 사랑하는 사람 만나는 것이요. 누구를 좋아한다는 건 행복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