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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 마케터 # 잦은 이사 # 송파에서 근무

황민주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살고 있는 31살 황민주라고 해요. 지금 IT회사에서 솔루션 판매와 고객 관리를 하고 있어요.

지금 사는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태어난 곳은 부산이에요. 제가 유치원까지는 부산에서 살았는데 유치원과 초등학교 사이에는 짧게 김해에서도 살기도 했어요. 이후에 많은 이동이 있었는데 우선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온 것이었어요. 엄마는 부산에 계시고 아빠는 원래 경기도 수원 출신이라 일 자체를 서울에서 하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어렸을 때 주말에 한 번씩 아빠가 사는 집으로 방문했던 기억이 나요. 제가 어렸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그쯤 일산 신도시가 개발된 것 같아요. 유망하고 교육 환경도 좋고, 계획도시니까 깨끗하기도 해서 일산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래서 초, 중, 고 12년을 일산에서 보냈어요. 처음에 입학했을 때 저는 제가 사투리를 쓰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어느 날 친구가 제 말투를 지적하고 놀려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바로 사투리를 고쳤죠. 고향은 부산이지만 제 진짜 고향은 일산 같아요.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가장 많은 기억이 있는 도시거든요. 홍대 쪽에 직장을 얻고 나서 경기도 능곡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때 집이 정말 열악했어요. 제가 이전에는 방송 쪽에서 일을 했었어요. 홍대, 여의도 쪽에 방송 제작사들이 많은데 능곡에서 버스로 20분이면 이동이 가능했거든요. 그런데 능곡은 건물이 다 1층짜리 건물이고 역 출구도 1개밖에 없어요. 정말 근교의 변두리 같았죠. 그곳에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 공용세탁실이 있고 도어락 없이 열쇠로 여는 옛날 집에서 살았어요. 바퀴벌레, 곱등이도 나오고….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었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보면 첫 자취다 보니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리고 방송 일을 그만두면서 직장을 송파구 문정동에 얻게 되었어요. 통근을 해봤는데 1시간 50분 걸리니 회사 다니는 것보다 출퇴근이 더 힘들었어요. 그때 마침 중소기업 청년 전세 자금 대출이라고 연이자가 굉장히 싸게 나오는 것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다행히도 대출이 나와서 지금 있는 당산 쪽으로 집을 알아보고 1년 반 정도 살고 있습니다.

살아왔던 장소와 관련한 즐거운 추억이 있나요?
가장 어린 시절이 미화되는 것 같아요. 김해에 살 때 아파트에 살았는데 전 중간층에서 살았어요. 그때 1층에 사는 꼬마랑 15층에 사는 오빠와 친해져서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무전기로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아무래도 지금 같은 고민과 근심이 없었으니까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아파트가 아니라 연립주택이나 빌라에 살았어요. 도둑도 맞았어요. 그것도 지금은 사진처럼 분절된 장면으로 기억이 나요. 엄마와 제가 서예학원에 다녀오니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안방의 모든 장롱, 옷장, 서랍장, 보석함이 정말 다 열려 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결혼반지를 잃어버렸어요. 뒤늦게 경찰이 왔지만 결국 범인은 못 잡았어요.

장소와 공간의 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얼마 전에 읽은 책이 읽는데 많이 공감이 갔던 문장이 있어요. ‘공간의 이동’이라는 건 결국 어떤 힘의 이동이고 그 힘을 소유하지 못한 자는 중심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내용의 문장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 영향에 의해 이사를 갔죠. 일산 이후부터도 제가 원한 이동은 아니었어요. 내가 의도를 해서 내가 원하는 지역과 집을 구한 건 없었어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20대 동안은 그냥 집은 거기서 뭔가를 한다는 것보다는 잠깐 잠자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일을 하기 전에 잠시 거쳐 가는 곳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 집도 좁으니까 답답해요.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이상적인 집이 있나요?
얼마 전에 서울 중구, 한강진역 근처를 갔는데 어쩌다 산 위의 골목을 들어가게 됐어요. 집들이 담장이 높고 좋더라고요. ‘아, 이런 데 살고 싶다.’ 생각했어요. 지금 사는 집은 너무 대로변과도 가까이 있어요. 도심과 직장, 시끄러운 곳에서 떨어져 여유가 있고 조용한 집에서 살고 싶어요.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조용한 데 살고 싶지만 그렇게 시골에서 살고 싶진 않아요. 서울에 모든 게 몰려 있다 보니 서울의 특권과 권리는 놓치고 싶지 않아요. 문화 시설이나 사람을 만날 때 용이한,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장소였으면 좋겠어요. 집 자체가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고, 조용하고 넓은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직장 근처인 송파구 쪽으로 이주를 생각한 적은 없나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있는 문정동은 서울이지만 변두리 같아요. 현재 직장이 문정의 법도 타원이란 곳인데 법원도 있고 구치소도 있는 동네예요. 이름은 그렇지만 굉장히 쾌적하고 깨끗한 곳이에요. 생긴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서 출퇴근할 때마다 기분이 굉장히 상쾌해요. 왔다 갔다 하면서 산책하기에도 동네가 굉장히 예뻐요. 다만 살기엔 비싸고 멀죠.

3년 후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살아보니까 3년은 너무 멀더라고요. 제가 3년 후에 이렇게 회사 다니며 서울에서 살게 될지 몰랐고요. 한 번도 혼자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어서 지금 영어공부를 하고 있어요. 일단 내년에 혼자 해외여행을 가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게 목표예요. 3년 후면 34살인데 그때 제가 원하는 집에 살지 모르겠어요. 제 주변에도 40세가 되는 분들도 서울에 집을 못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까진 잘 모르겠네요.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그때의 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나중에 지나고 보면 그것들이 다 별거 아니라고, 언젠가는 지나갈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해외여행 꼭 가고, 부모님 잘 챙기고 주변 사람들한테 잘하고 있겠지? 그리고 꼭 건강해져야 해. 동화도 꼭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