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파구 올림픽 선수촌에 거주 # 집은 내 세상 # 화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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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법률 서비스 쪽 일을 하고 있고, 아들이 둘 있어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산 지는 6년 됐어요.
지금 사는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그전에는 송파구에 있는 정원 딸린 펜트하우스 빌라에서 살았어요. 아들 둘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안전하게 학교를 졸업시키고 이사하는 목적이었죠. 여기가 단지 내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있어요. 그래서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 졸업할 수가 있는 거죠. 아이들도 만족스러워하고, 저도 아이들 등하교가 조금 덜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송파구 내에서 쭉 지내셨는데, 태어나신 곳도 이 근처인가요?
태어난 곳은 충청남도 대천이에요. 처음 서울에 와서는 강남 도곡동에서 10년을 살았어요. 그다음에 송파로 와서 살았죠.
강남구에서도 오래 사셨네요. 강남구랑 송파구에서 살면서 무엇이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꼈나요?
강남구는 조경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도로 석재 위에 꽃나무들을 예쁘게 심어 놓고, 관리도 너무 잘해놓아요. 그런 것에 비해 송파구는 도로 위 같은 곳이 조금 정리 정돈이 안 된, 지저분한 곳이 훨씬 많다고 해야 하나? 딱 보기에도 달라요. 버스 정류장으로 예를 들면, 버스 정류장 뒤에 대부분 공간들이 있잖아요. 강남구는 거기에 석재를 배치해서 그 사이사이에 꽃을 심어 놓았다고 하면, 여기 송파구는 그냥 시멘트 길이죠. 주위 조경 환경의 차이가 정말 큰 것 같아요.
강남에 사셨다가 송파구로 이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일단은 결혼해서 이사하게 되었죠. 그런데 저희가 가지고 있던 집은 다 지역이 달랐어요. 제 회사는 송파에 있었고, 아무래도 회사와 가까운 집에서 살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 걸어서 10분 이내로 출퇴근할 수 있는 집을 찾다 보니 그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장소에 관한 사연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실제로 살았던 곳은 아니지만, 저희 회사 대표님의 전원주택이 떠오르네요. 놀러 갈 기회가 생겨서 갔는데, 들어가려니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그런 집인 거예요. 심지어 나중에 보니 제가 들어간 문은 후문이더라고요. 서울 땅에, 집 안에 넓은 잔디밭이며 조경수까지 예쁘게 해 놓으셨어요. 거기서 하룻밤만 텐트 치고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옛날 제가 시골에 살 때, 날씨가 따뜻하면 잔디밭에 돗자리 깔아 놓고 동네 애들 모아서 밤에 거기서 뭐 먹고 별도 보고 놀곤 했어요. 서울은 그렇게 놀 곳이 없죠. 도시에서만 살다가 그 집에 딱 가니까 어렸을 적 생각이 나서, 마음이 참 푸근하고 편했어요. 그냥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 싶고. 집이라면 그 정도 편안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제게 집이란 뒹굴뒹굴 놀면서 쉴 수 있는 곳이에요. 집에 딱 오면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집이 너무 좋아요. 애들은 다 커서 중고등학생이라 집에 늦게 와요. 그리고 집안일을 해 주시는 분이 한 분 계시니까, 집에서는 제가 신경 쓸 것이 없어요. 저는 제 방에서 음악도 듣고, 요가도 하고,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지내요. 그래서 집은 너무 편한 곳이에요. 비번 딱 누르고 현관문 들어올 때, 그때가 제일 좋아요. 드디어 내 세상이다, 그런 마음인 거죠.
돈이나 어떤 조건이 없이 가고 싶은 나라나 지역, 집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곳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정말 살고 싶은 곳을 고르라면, 저는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나라는 너무 도시적이고,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인공적으로 만든 느낌이 들어요. 저는 그런 느낌이 너무 싫어서 정말 기회만 된다면 스위스에 가서 살고 싶어요. 재작년에 스위스를 갔다 오면서 잔디밭에 누워 있는 소도 부러웠어요. ‘쟤는 저렇게 팔자가 좋네’ 하면서요. 우리나라는 편하기는 하지만, 다 똑같고 기계적인 느낌이에요. 우리가 마치 사람이 아닌 듯한 느낌을 주는 게 너무 별로인 것 같아요.
방금은 장소에 대해 얘기했는데, 어떤 집에 사는 것이 행복하실 것 같으세요?
저는 원목 집이 너무 예뻤던 것 같아요. 서울은 시멘트, 벽돌, 콘크리트, 철, 이런 소재가 너무 많아요. 자연적인 집에서 살고 싶어요. 그래서 ‘아, 나는 서울 생활이 안 맞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전원주택에 살아야지’ 하고 10년 전에 남양주 전원주택 단지에 땅을 사놓긴 했어요. 근데 거기 막상 집을 지으려니 신랑이 그 땅은 앞에 강이 없어서 마음에 안 든대요. 강이 있는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싶다고…. 저희 시골 친정집 옆에 통나무와 황토를 이용해서 집을 지은 분이 계세요. 그 집은 정말 우리 이런 도시에서 뚝딱뚝딱 지은 집과 달라요. 그분은 사계절에 걸쳐서 그 집을 완성했거든요. 평수도 작고 천장도 높지 않아요. 그런데 그 집에 가면 여름엔 정말 시원하고, 겨울엔 너무 따뜻해요. 그분이 많이 연구를 하신 것 같더라고요. 집이 작더라도 거기는 정말 편안한 공간인 느낌이 들어요. 그런 데가 저는 좋아요.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어떻게 해결하려고 계획하고 있나요?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은 벌레예요. 나무가 많아서 벌레가 많은데, 그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와요. 모기도 들어오고 다른 일반 벌레들도 같이 들어오고요. 또 제가 화분을 너무 많이 키워서 개미도 잔뜩 들어왔었어요. 화분을 없애면 쉬울 텐데, 집에 키우는 나무들이 쉽게 없앨 수 있는 나무가 아니에요. 첫애 태어났을 때, 둘째 태어났을 때, 애들 유치원이나 학교 들어갈 때마다 심은 기념수거든요. 의미가 큰 것들이라 화분을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일단 신랑이 약을 엄청 쳐서 개미는 싹 없애긴 했지만, 벌레가 생기면 정말 고역이에요.
당장 이사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지금은 없습니다. 지금 너무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이사를 올 당시에는, ‘둘째가 대학 들어가면 꼭 새집으로 이사를 가서 여길 떠나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 신도시 아파트보다는 여기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편리성도, 교통도, 사는 환경도 괜찮고요. 그리고 사실 새 아파트에 실제로 가보니 집들이 정말 다 너무 똑같더라고요. 같은 평수면 구조도 똑같고 너무 매력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지금이 훨씬 좋아요.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나요?
3년 후에는 딱 지금만큼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생활하다 보면 건강하지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하는 일이 많아서요.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게 된 지 한 3년 됐어요. 그랬더니 운동량이 너무 없는 거예요. 어느 날 핸드폰으로 하루에 걷는 양을 봤다가 1천보가 안 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뒤로 틈이 나면 올림픽공원을 자꾸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요가도 따라 하려고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