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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 # 성동구 거주 # 하루 만 보

이은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름은 이은자이고, 나이는 63세이고,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한양대 근처에서 하숙을 했었어요.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시나요?
한양대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15년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혹시 어디서 거주하셨나요?
그전에는 면목동에서 20년 동안 살았습니다.

30대 전에는 어디서 거주하셨나요?
태어난 건 용두동에서 태어났고 그다음에 휘경동에 살았고, 그다음에는 이문동에 살았고, 그다음에는 석관동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성수동에서 살았고 그다음에는 자양동에서 살았고 자양동에서 정문동으로 이사 간 다음에 면목동으로 오게 되었어요.

어떤 이유로 이사를 많이 하게 되었나요?
아버지가 빌라를 짓는 건축 일을 하셨어요. 아버지가 빈 땅이 있으면 빌라를 지어 놓으시니까 이사를 많이 가게 되었어요.

이사를 자주 다니셨는데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많이 있었죠. 초등학교 때에도 전학을 2번 갔고, 중학교 때에도 이사를 갔기 때문에 한 시간 넘게 통학을 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에도 이사를 가서 한 시간 넘게 통학을 했어요. 그래서 힘들었어요. 중학교는 휘경동 휘경여자중학교이었는데요. 집은 월계동이었어요. 그 당시에 통학을 한 시간 반씩 걸어서 했어요. 그곳에 가려면 버스를 3번씩이나 갈아탔어야 했어요. 그럴 바에야 걸어갔었죠.

아침 수업을 들으려면 몇 시에 나가셨나요?
6시에 나갔어야 했어요. 겨울에는 엄청 추웠어요. 풍문여고 다닐 때 시내 한복판 성수동에서 종로 2가까지 다녔거든요. 그때는 버스가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2시간에 1대씩 있었어요. 그래서 일찍 나가야 했어요. 집에 올 때에도 버스를 한참 기다렸다가 왔죠.

지금까지 살아온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일까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자양동에 우성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때가 살기 좋았어요. 지하철 2호선이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새 아파트라 좋았어요. 시장도 가깝고 어린이대공원도 있고 건대도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도 살아계시고 어머니도 살아계시고 온 가족이 다 살아있어서 행복했죠. 그전에는 어리기도 했고 이사 다녀서 정신도 없었는데 거기서 모든 가족이 살아 있었으니까 좋았죠. 면목동도 좋았는데 그때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좀 그랬어요. 그때 7남매에 부모님, 친할머니까지 해서 10명이 살았던 때였어요. 그럼 만약에 칼국수를 끓이면 두 통에다 끓여야 해요. 수제비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시에 큰언니가 주축이 되어서 다 같이 음식을 만들었어요. 수제비를 다 같이 뜯어 놓고 그랬죠. 나중에는 서로 안 하려고 다툼이 일어나니까 어머니가 첫째는 밥을 해라 둘째는 세탁을 해라 셋째는 빨래를 해라 이런 식으로 분업화시키고 각각 할 일을 다 정해 주셨어요. 그걸 안 하면 이제 혼나는 거였죠.

이사하게 되면서 어떤 영향이 미쳤나요?
‘이사 좀 안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근데 이사를 가야 우리 집이 돈을 버는 거였어요. 한편으로는 ‘우리가 돈을 벌어서 좋네’ 하면서 ‘또 이삿짐을 싸야 하네’ 했어요. 포장이사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짐을 손수레로 날랐어요. 중고등학교 때까지 그랬어요. 손수레로 나르다 보니 둘째 언니 교과서가 든 보따리 하나가 없어졌어요. 학교를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남았죠. 그래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죠. 그때 언니는 책을 하나도 안 가지고 학교에 갔어요. 학교에서 주는 것 외에는 살 수가 없었거든요. 그렇게도 살았어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집이란 휴식을 취하면서 내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어렸을 때에는 방 2개에 10식구가 사니까 쉴 수가 없죠. 10시만 넘으면 언니들이 불 끄라고 해서 시험인데 공부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인원수만큼 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인당 방 하나씩 있어야죠.

지금 집에서 개인의 쉼과 휴식을 잘 누리고 계신가요?
지금도 방이 2개밖에 없어서 못 누리고 있어요. 둘이 같이 쉬고 있어서 개인 방이 없어요.

가장 살고 싶은 집 또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건대 어린이대공원 근처 단독 주택에서 살고 싶어요. 그 장소에서 행복했고 어린이대공원에 자주 갔었고 공기도 좋으니까요. 그리고 거기는 아파트가 많지 않아요. 단독 주택을 좋아해요. 면목동에서 20년 동안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지켜야 할 게 많았어요. 집에서 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한다든가, 아침 일찍 물을 쓰면 안 된다든가, 정해진 시간과 날짜에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든가 재활용을 버려야 한다든가. 저 같은 경우 나이를 먹어서 오전 5시쯤 일찍 일어나거든요. 5시에 세수를 해야 하는데 아래층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단독 주택이 좋아요.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교통이 중요하고요. 예전에 정릉에 살았을 때에는 시내 가기가 힘들었어요. 버스가 딱 한 대밖에 없었거든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시내에 빨리 진입해야 해요. 그리고 걸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지금 한양대에서 한 바퀴를 돌면 청계천이 있어서 만 보를 걷고 있거든요. 어린이대공원이 있다든가 서울숲이 있다든가 청계천이 있다든가 걸을 수 있다면 좋은 환경이죠. 저는 하루에 만 보씩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산책 코스가 있어야 해요.

지금 집도 방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 있나요?
이사를 갈 예정이에요. 6개월 후에 이사를 갈 거예요. 식구는 3명인데 방이 2개밖에 없기 때문에 방이 3개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갈 거예요. 개인 공간이 있으니까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더 좋죠. 저는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 보고 싶은 책도 보고 기독교인이라 성경책도 봐요. 각자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방이 부족해 그것을 못 누리고 있죠.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나요?
3년 후에는 이사를 가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잘 이사 왔다, 편히 잘 쉬고 있다’ 이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