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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 디자이너 # 송파구에서 26년 거주

강혜라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름은 강혜라고요. 지금 한국 나이로 마흔두 살이고요. 다음 주에 결혼 십 주년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없고, 남편이랑 둘이 살고,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르고 있고요. 목걸이를 디자인해서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지금 어디 살고 계시나요?
지금은 양재역 앞에서 살고 있거든요. 강남이고 도곡동이에요.

양재역 근처에 살기 전까지 어디에서 사셨어요?
기억이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송파 지역에서 살았고요. 가락동, 문정동쪽에서 살다가 유학가서 뉴욕에서 몇 년 살았고요. 그다음에 한국에 와서는 오래 살던집을 떠나서 부모님과 용인으로 이사를 갔었어요. 용인에서 잠깐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 지금 사는 곳에서 남편하고
살고 있어요.

그럼 송파구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신건가요?
다 보냈죠. 대학교까지.

몇 년 정도 사셨어요?
거의 26년 살았어요. 뉴욕가기 전까지.

한국 돌아와서는 다시 가락동 쪽으로 가셨나요?
네, 그쪽에 갔다가 친정 부모님들과 용인으로 바로 이사를 갔었어요. 그래서 결혼 전까지 짧은 기간 동안 용인에서 살았어요.

용인으로 이사가게 된 이유가 결혼을 해서인가요?
사실 제가 부모님을 졸랐는데요. 너무 한곳에서 오래 살아서 다른 데에서 살고 싶다고 그렇게 졸랐던 이유도 있었고요. 그리고 그때 당시에 용인 지역, 수지 쪽이었거든요. 수지 쪽이 개발이 잘 되고 있었고, 저희가 이사갔던 곳이 새 아파트였는데, 그 위치보다도 환경이 너무 좋았어요. 앞에 물 흐르고, 뒤에 산 있고… 그래서 그쪽에 한번 살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살았어요.

많은 곳들을 이동하셨는데, 이주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을 송파에서 보냈을 때, 송파 지역의 제일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 환경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최근에 한번 갈 일이 있어서 제가 옛날 살던 동네를 가봤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긴 했어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곳은 자연환경이 너무 좋았어요. 아파트도 옛날 아파트들이 안에 녹지도 굉장히 많고, 제가 살던 아파트를 벗어나도… 개울 같은데서 막 놀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주거지역에 대한 가장 큰 장점을 자연환경이라고생각해서 용인으로 이사갔던 가장 큰 이유가 그런 환경에 둘러싸여있는 새 아파트, 이게 제일 매력적이어서 갔어요. 그리고 한국에서의 이주는 사실 크게 영향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환경에 맞춰서 원하는 대로 다녔고. 한국은 좁으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저한테 거주 지역에 변화가 생겼을 때 제일 큰 영향을 줬던 건 외국에서 산 경험들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아온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인가요?
제일 기억에 남는 시기는 고등학교 때예요. 고등학교를 송파에서 다녔거든요. 근데 제가 어렸을 때 송파에서 살던 아파트의 아이들들은…저희가 8학군으로 묶여있어서 전부 강남으로 학교를 갔어요. 숙명여고를 간다든지, 경기여고를 간다든지, 대치동이나 뭐 이런 쪽으로 고등학교를 다 갔거든요. 근데 희한하게 그 학교에서 몇 명만 송파에 있는 고등학교를 갔어요. 근데 거기서 너무 행복하게 고교 생활을 보낸 것 같아요. 이 나이가 되니까, 뉴욕에서 화려한 생활도 있었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가 제일 즐거웠던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가끔 그쪽에 갈 일이 있어서 학교 앞을 지나가면 되게 그때 생각나고 그래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송파구에서 크고 작게 변했다고 느낀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녹지가 많이 사라진 게 조금 아쉽긴 해요. 근데 사실 그게 조금 아쉽다고 해도 제가 강남 한복판의 교통의 요지에 살면서 제일 그리운 부분이 송파 지역에 공원이 진짜 많거든요. 송파가 공원도 많고… 천도 흐르고, 성내천 말고 탄천도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뭐가 많아요. 그런 것들이 많이 비교가 되긴 해요. 그리고 송파는 지금도 비교가 되는 게 도로가 진짜 시원시원하게 넓고 커요. 그리고 코너마다 공원이 아직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지금 사는 곳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송파구의 유래 및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게 있으신가요?
제가 살던 지역이 되게 독특했던 게, 빈부의 격차가 굉장히 심한 지역이었어요. 지금 제가 사는 곳은 사실 부촌이잖아요. 근데 제가 살던 송파는 학교 다닐 때도 느꼈던 게 빈부의 격차가 굉장히 심한 지역이었고. 보통 아파트 단지에서 부유하게, 안정되게 사는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법조단지로 다 개발이 됐거든요. 근데 거기가 옛날에는 개미마을이라고 해서 그 넓은 지역을 빈 땅같이 있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어요. 사실은 불법이었겠죠. 그래서 거기가 법조단지로 개발되면서 철거됐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어렸을 때 그런 걸 보고 살았거든요. 심지어 학교 다닐 때 그 개미마을에 사는 친구들하고 같은 반에서 같이 공부하고… 그리고 지금은 다 신도시로 개발이 됐지만, 거여동, 마천동 이런 일대는 그 70년대 같은 느낌의 가옥이랑 시장이 그대로 남아있는 데였어요. 그쪽에 사는 친구들은 또 그 모습 그대로 살고, 그런 식이었는데, 이게 사실은 빈부의 격차가 되게 심한 지역이었다고 하면 우려되는 마음이 먼저 들긴 하잖아요. 근데 그 시절에 오히려 좋았던 건 그런 걸 거리낌 없이 친구들이랑 잘지냈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런 걸 경계하고, 서로 척을 지고 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송파 사람들은. 그때 반에 개미마을 출신 애도 있었지만, 다 친하게 지냈어요. 누구는 이렇게 살고, 누구는 저렇게 살았지만 같이 너무나 잘 지냈거든요. 그래서 제가 커서 사회생활 할 때, 사람들을 볼 때, 그런 편견 없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송파구에서 자주 가던 장소라든가 남들은 잘 모르는 즐겨찾는 곳이 있나요?
송파 아구찜이라는 가게가 있어요. 아구찜을 파는 곳인데, 도로변에 크게 있는 데가 아니라 되게 조그마한 가게거든요. 골목 안에 들어가야 있어요. 제가 살던 곳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위치거든요. 근데 그곳에 추억이 있어서 지금도 부모님하고 거길 찾아가요. 최근에 생일이었는데, 생일에 뭐 먹고싶냐고 물어보셔서 저는 거기가고 싶다고 그랬어요.

힘들 때 찾아가던 장소도 있으신가요?
네, 있어요. 제가 살던 아파트 바로 앞에 공원이 있었거든요. 공원이 되게 크게 있었는데, 거기에 앉아있는 걸 좋아했어요. 좀 심란하거나 할 때… 전 어렸을 때 진지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늘 바빴고, 할 일이 많았고, 공부하고 그런 사람이라, 그럴 틈이 없긴 했는데, 좀 지치고 힘들거나 여유 있고 싶을 때 갔던 곳이 그런 공원이었어요.

공간과 장소의 이동이 당신에게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다른 삶을 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람은 환경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공간과 거주지역을 이동했을 때는, 제가 송파에 살았을 때는 산책을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밥 먹으면 나가서 앞뒤로 공원이 다 있어서 돌아다니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사는 곳은 사실 너무 편리해요. 바로 앞에 가게있고, 맛집있고, 먹을 거, 살 거 다 있거든요. 근데 그런 녹지가 없어요. 그래서 산책하는 게 옛날 같지가 않아요. 생각을 해보니까 송파에 살 때는 지금처럼 편리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슈퍼나 편의점 한번 가려고 해도 엄청 걸어서 아파트 단지 다 통과해서 가야지 있고 그랬는데, 지금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바로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공간이 바뀌면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