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프리랜서 # 강남구 거주 # 미국 이주 계획 중
이주연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이주연입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아동 미술을 가르치는 일과 함께 디자인을 공부하며 디자이너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강남구에서 태어나 2, 3살 때 잠깐 용인에서 한 2,3년 살고 다시 강남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미국에서 7년 정도를 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강남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강남구는 본인에게 어떤 동네인가요?
우선 강남구는 살기 굉장히 편하죠. 있을 게 다 있으니까요. 병원도 정말 많고 시설도 좋고요. 전시라든가 영화관 문화생활의 접근성도 굉장히 편해요. 지하철도 잘 돼 있으니까 친구 만나러 가기도 좋고. 편리성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미국은 어떤 이유로 가셨었나요?
이제 고등학교 올라가서… 다 아시다시피 대학 입시 이런 게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공부에 대한 압박감에 분위기도 굉장히 다르고… 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그래서 부모님과 얘기를 좀 하다가 아버지가 먼저 유학을 제안하셨어요.
미국에서 사는 건 어땠나요?
처음엔 미국 동부 지역의 시골 고등학교 기숙사에 3년을 살았어요. 대학교도 동부 쪽, 보스턴에 있었는데 거기도 교외 지역이었죠. 서울에서는 계속 도심에서 살았는데 좀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뉴욕처럼 도시는 아니어서 굉장히 한산하고 조용했어요. 고등학교는 숲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거든요. 나무도 많고 공기도 굉장히 좋은 자연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심리적으로 편안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많은 사람이 혼잡하게 살고 모든 게 빨리빨리 돌아가는 상황에서 나도 거기에 발맞춰서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어요. 도시와는 다른 지역과 특성이 있는 곳에서 살아보니 내가 알지 못했던,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7년을 지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미국 가기 전엔 늘 익숙했었는데 다녀오니 새삼 ‘아, 서울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했죠. 이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계속 도시에 살았을 땐 느끼지 못했던… 공간에 대한 제 시각이나 생각이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아파트에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층간소음 같은 것들까지. 그리고 도시에서는 내가 찾아 나서지 않으면 자연과 가까울 수 없다는 것도 굉장히 크더라고요.
미국이나 한국, 지금까지 살아온 장소 중에서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이 있나요?
한국에서는 가족끼리 주말이면 동네에 있는 산에 가서 등산을 많이 했어요. 거기 가서 배드민턴도 치고 김밥도 먹고 했던 게 정말 좋은 기억이에요. 미국 고등학교 때 3년 내내 기억이 좋아요. 사실 서울에서는 공기가 안 좋다 보니 밤하늘의 별을 보기가 굉장히 힘들잖아요. 시골 숲속에 있는 학교에서 처음 하늘을 봤는데 별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정말 놀라웠어요. 그때 자연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연이랑 좀 더 가깝게 살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가치관에도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한국과 미국을 오가셨는데, 공간과 장소의 이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그 공간이 주는 힘이 되게 큰 것 같아요. 두 나라를 겪고 나니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운 것을 알게 됐어요. 저 자신을 조금 더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서로 다른 공간의 이동으로 인해서 이전에 겪지 못했던 감정을 생각하게 됐어요. 다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이 얻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도시에 살았을 때는 공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도심 속에 공원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왜 굳이 도심에서 공원들이 꼭 필요했을까?’ 이런 질문들도 생각하게 되고. 자연이 주는 공간의 힘을 많이 느꼈어요.
지금 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이나 지역이 있나요?
제가 내년이나 내후년에 다시 미국에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어요. 교외 지역같이 자연이랑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 한국 문화가 편하긴 하지만 미국에서 살았을 때 좀 더 나다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방인으로서 ‘내가 한국인이어만 한다.’는 어떤 압박감 없이 그냥 온전히 ‘나’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살면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살 수 있는 게 저한테 중요한 요소이기도 해서 미국에 사는 것을 계획하게 됐어요.
주택 형태의 집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을까요?
제가 서울에 살면서 계속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상하게 아파트는 집다운 집으로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워낙에 고층이다 보니까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고, 소음문제도 있고 그렇다보니 내 집이어도 집같지 않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주택에 살게 되면 그 공간은 온전히 나 혼자만 살고 있으니까 소음문제도 없죠. 주택에서 독립된 공간으로 사는 것이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집이란… 어릴 땐 단순하게 주거공간으로 생각을 했다면, 요즘에는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공간, 가장 내가 편해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3년 후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미국에서 당장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은 어려울 테지만… 3년 후엔 도시가 아닌 교외 지역에 나만의 집을 구해서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