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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 문화기획자 # 압구정 40년 거주

김정아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압구정동에 한 40년 가까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디자인하고 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압구정동 전에는 어디에서 거주하셨나요?
이전에는 반포에서 살았어요. 근데 그때 압구정동이 새롭게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많이들 이사를 왔어요. 반포에 살던 분들도 많이 이사를 왔고. 여기가 이제 개발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동이 있었던 거죠.

압구정동의 과거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변했다고 느끼는 점이 있나요?
지금 신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여기는 한 번에 동네가 생긴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조금씩 아파트 단지가 생겼어요. 처음 구 현대에 이사와 살았을 때는 구 현대부터 한양아파트가 있는 쪽만 개발이 되고 중간은 개발이 안 돼서 저희 아파트 옆으로도 계속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너무너무 옛날얘기지만 그땐 동호대교, 현대 백화점, 압구정역도 없었죠. 그때 옆에 배 밭이 있고 공터가 있었어요. 공터에서 애들이 놀기도 하고 겨울엔 스케이트장도 있었죠. 이런 게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있고 주변은 개발 중이었어요. 그다음에 신 현대가 개발이 되어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에 동호대교, 현대백화점 이런 게 다 생겼어요.

계속 압구정동에 거주할 예정인가요?
올해 옆 동네 잠원동으로 이사를 가요. 지금은 가족 중에 2명만 살고 있어요. 당시 다섯 식구가 다 같이 살던 집이라 지금은 집이 좀 크고, 유지 관리 및 세금도 많이 오르고, 35년 정도 되니 많이 노후했어요. 지금 이곳을 재건축한다, 안 한다 하잖아요. 그래서 2명이 살기에는 집이 좀 부담스러워 이사를 갈 예정이에요. 동네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곳에 사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압구정동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보단 그냥 제 삶의 터전이었던 고향 같은 곳이라서 이사를 생각 안 하고 오래 산 거죠.

압구정동에서 어떤 추억이 있나요?
처음에 제가 이사 왔을 때는 여기에 국민학교가 하나밖에 없고 학생이 많으니까 오전, 오후반이 있었어요. 그러다 주변 신사동, 청담동에 학교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전학이라고 해야 되나. 중간에 학교를 다니다가 몇 년에 한 번씩 주소지와 가까운 새로운 학교로 애들이 대거 이동하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는 자리가 예전엔 다 공터였어요. 평소 봄, 가을 이럴 때는 애들이 모여서 야구도 하고 놀기도 하고 겨울엔 야외 스케이트장이 생기면 같이 스케이트 타러 다니고.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거니까 접근이 편했어요. 그리고 옛날에 압구정동에 배밭이 굉장히 많았었어요. 제가 왔을 땐 아파트 단지가 이미 들어와서 많은 배밭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동호대교 쪽 방향에 아파트 단지 옆에서 배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었어요. 그때는 개발되지 않은 땅이 많이 있었죠. 공사하는 데로 애들이랑 놀러 가고 그랬어요. 그리고 압구정동이 어떤 동네인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모르고 살다가 한 90년대쯤 들어서면서 방송에서 오렌지족 이런 게 나오고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이런 영화나 소설이 나왔잖아요. 압구정동이 이쪽 현대아파트 쪽만 있는 게 아니라 갤러리아 로데오 쪽도 다 압구정동이잖아요. 긴 시간을 놓고 보니까 거리별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게 조금씩 변했던 것 같아요. 예전엔 갤러리아도 없었어요. 한양아파트 옆에 한양쇼핑센터라고 있었거든요. 그곳을 한화그룹에서 인수하고 갤러리아로 대대적으로 바뀌면서 거기가 트렌디한 포인트, 랜드마크가 된 거죠. 옛날엔 로데오거리, 2000년대 있어서는 가로수길? 그쪽이 막 뜨기 시작했고, 청담동도 엄청 유행했죠. 큰 지역 안에서 10년 주기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구역이 변동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옛날에 도산공원 근처에 다 가정 주택밖에 없었어요. 지금 가로수길도 길은 그대로 있었지만 안쪽은 다 가정 주택이었어요. 이제는 그런 곳들이 계속 개발이 되고 트렌디한 가게들이 생기면서 그렇게 된 거죠. 옛날에 주택에 사는 주변 친구들이 다 그런 곳에 살았어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죠. 저는 한강 가서 친구들이랑 많이 놀았는데 그때는 정리가 잘 안 돼 있었어요. 88올림픽 이후에 정비가 된 것 같은데. 옛날에는 한강이 불량배 같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위험한 이미지와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정비가 들어가고 한강 공원이 생기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놀러가는 곳이죠.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어느 정도 생활권은 유지하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서 생기는 부분을 좀 보완할 수 있는 집으로 변화에 맞춰서 가게 된 거죠. 내가 생활하고 교류했던 문화권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그걸 중요하게 봤던 것 같아요. 집만 보고 이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집값이 정말 중요했죠. 새것이고 좋은 게 많지만 저는 새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요즘 새로운 집들이 갖고 있는 매끈하고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느낌을 그렇게까지 선호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이사 가는 데는 아주 새 아파트는 아니고 저희 집처럼 오래된 아파트는 아닌 그 중간 정도 되는 곳이에요. 요즘 새 아파트들은 매우 편리하게 지어서 집 안에 자투리 공간이 하나도 없거든요. 베란다도 없고. 저는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베란다 있는 곳이 좋았어요. 햇빛이랑 통풍이 잘 돼야 식물들이 잘 자라는데 베란다가 없으면 통풍이 잘 안되잖아요. 그래서 꼭 거실 공간이 넓어야 되기보단 베란다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는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아요. 뷰를 보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보통 재건축이 되거나 새로 지어지면 고층으로 바뀌잖아요. 옛날에는 압구정동은 이런 느낌, 잠실은 이런 느낌, 이렇게 각각 다른 느낌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재건축이 되고 나면 다 비슷한 이미지들로 바뀌는 것 같아요.

공간과 장소의 이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삶이라는 게 결국 변하게 돼 있거든요. 사람 마음이 변하는 것처럼. 이동이라는 게 특별한 목적이나 목표로 인해서 이동을 할 수도 있지만. 이동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사람의 건강이나 외모가 변하고 자기 라이프스타일이 변하죠. 예를 들면 젊었을 때는 일을 많이 하고 나이가 들면 일을 적게 한다든가… 그리고 옛날에는 카페를 많이 갔었는데 요즘은 카페를 많이 안 가거든요. 그런 식으로 변하잖아요. 그런 변화에 맞춰서 공간을 이동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인테리어를 바꾸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이런 것들을 ‘변화’라고 한다면 그건 그냥 살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특별한 그런 게 아니라 삶이 바뀌면 공간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이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공간 자체의 가치에 대해 얘기를 많이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사는 데이고 사람이 바뀌면 공간이 바뀌는 거죠. 이동을 하거나.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나이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가족들이 다 같이 사는 어떤 공간이잖아요. 공부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들끼리 교류를 할 수 있는 곳이었죠. 그리고 한창 일을 많이 할 때는 집은 쉬는 공간이었어요. 집에 와서는 잠만 잤죠. 지금 전 프리랜서예요. 원래 있던 사무실을 없애고 지금은 집에서 작업을 하거든요. 작업과 쉼을 같이하는 그런 공간? 앞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변화한다고 말한 것처럼 나이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삶이 변화하면 공간이 가지는 의미도 변하는 것 같아요.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나요?
저희는 이사 같은 주거 이동을 경우에 따라 생각하는 집도 아니고… 제 생활을 크게 변화하고 바꾸는 것을 생각하고 살지 않아서요. 3년 후에 크게 변해 있진 않을 것 같아요. 3년이라는 게 짧지도 않지만 그렇게 길지도 않아서? 지금이랑 비슷한 라이프사이클로 살 것 같아요. 바라는 거라면 지금보다는 더 발전된 모습. 그게 일이 될 수도 있고 건강, 사람 사이 관계일 수도 있는데 지금보다는 조금씩 더 나아지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