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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세 # 대구에서 서울로 이주한 창업가 # 나무처럼 살아가기

이은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름은 이은지이고요. 지금 캘리그래퍼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문화예술교육 “오램” 회사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나요?
지금은 서울의 끝이라고 불리는 도봉구에 살고 있어요. 창업한 청년들이 사는 도전숙이라는 곳입니다.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을 제공해 주는 곳이에요.

서울에서도 산 지 꽤 되었지만, 여러 곳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 살기 이전에는 어디서 살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나요?
지역이동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대구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살다가 대학생이 되면서 경상남도 진주에서 살았어요. 졸업 후에는 경기도 성남에서 1년 살았고 서울 성북구에서 2년 살다가 지금 도봉구에서 2년째 거주하고 있습니다.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게 되면서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면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데 당장에 연고가 없다 보니까 경기도의 외할머니 댁에 지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성남에서 1년 정도 살았어요.

대학진학, 진로, 일 때문에 이동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동하면서 느꼈던 그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을 이동했을 때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좀 컸던 것 같아요. 진로 때문에도 그랬고, 계약 기간을 끝내고도 그랬고 그래서 집을 이동한다는 것은 적응 문제가 가장 컸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고 이런 것이 최대 2년마다 한 번씩, 짧게는 1년마다 옮겨가면서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는 것이 제게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죠.

여러 곳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도봉구에서 창업하면서 혼자 살았어요. 타지에서는 오래 살았지만 룸메이트가 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룸메이트랑 복닥복닥 재밌게 살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대학생 때에는 투룸에서 7명까지 같이 살았어요. 그리고 성북구에서 살 때는 네 명이 함께 살았는데 룸메이트 뽑기를 했는데 똑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해서 같이 살았어요. 생활양식이 안 맞는 사람들끼리 다투기도 하고 맞춰가기도 하면서 같이 밥도 맛있게 먹고 힘든 이야기도 같이 나누고 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때가 가장 힘들지만 재밌었어요. 그래서 그게 기억에 남고 그리운 순간 같아요.

공간과 장소의 이동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 것 같나요?
공간과 장소 이동은 저한테 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늘 진로가 결정되면서 바뀌거나 그 시점에서 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많았거든요. 모르는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그 동네에 대해서도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는 것이죠. 그리고 공간을 새롭게 다시 꾸며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삶의 환경들이 많이 바뀌기 때문에 다시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나에게 집이란 어떤 곳인가요?
저에게 집은 편안한 곳이라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집에 딱 들어서면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하고 있는 곳이잖아요. 안전하다는 장소로서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 감정도 집에 의지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집 안에서 울기도 하고 깔깔깔 웃을 때도 있고, 제 감정들을 다 받아줬던 곳이 바로 집이에요. 집은 저라는 존재로 그냥 있어도 편안한 곳이라는 의미가 크네요.

집 밖에서 감정들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군요. 그렇다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어려움이 있었나요?
바깥에서는 저로 온전히 존재하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들을 좀 더 강조해야 하고 가진 게 없어도 가진 것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힘들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일할 때 다른 자아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좀 게으른 사람이지만 일할 때는 제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 줄 사람이 없어서 늘 긴장하고 있었어요.

나답게 존재하기 위한 본인의 나만의 팁이 있나요?
제일 좋은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예요. 휴대폰도 안 할 때도 있고 그냥 누워서 자거나 했었어요. 그거 말고도 사실 저로 돌아볼 수 있는 순간들은 다이어리를 예쁘게 적으면서 하는 취미 생활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좀 쉬고, 그렇게 해서 온전히 저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그럼 장기적인 집을 갖게 될 때 가장 중요하게 꼽아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집을 볼 때 꼼꼼하게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하나를 꼽기가 너무 어려워요. 일단 햇빛이 중요하고요. 층간소음이나 세대 간 소음도 중요하고 안전도 중요한 것 같아요. 과거 어느 날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고요. 제가 성북구 살 때는 문이 양쪽으로 되어있는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특이한 집이었어요. 제가 살았던 방이 다른 현관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는 문이었는데 그쪽으로 소리가 많이 났었고요. 그럴 때 많이 위험하다고 느꼈어요.

지금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저는 지금 이사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는 일이 강의하는 것이 많아서 입지 조건이 안 좋은 부분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오가기 편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요. 저도 다른 곳을 갈 때 편한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고요. 여전히 주거공간과 사업공간을 같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동네의 도전숙(공공주택)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3년 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3년 후에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은 3년 후에 내가 안녕하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그때는 주거 걱정 없이 터를 잘 잡고 살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면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미리 걱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3년 후에 내가 알아서 잘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너무 애쓰지 않기를 바라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나무처럼 저도 묵묵히 세월의 흐름을 따라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나무처럼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