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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양구 삼송 #소금쟁이와 달팽이 #숲 속 냄새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에 거주 중입니다.
그 장소에 어떻게 왔나요?
저는 안양에서 태어나 세 살부터 강서구 방화동에서 살다가 7살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일산에서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대학을 다니기 위해 21살 부터 서울에서 자취하기 시작했고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2년, 광진구 군자동에서 5년, 성동구 상왕십리에서 2년을 보낸 후 현재 고양시 덕양구 삼송에서 거주하게 됐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동했나요?
안양부터 일산까지는 주로 아버지의 직장에 의해 이주를 해왔습니다. 아버지가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를 하시기 때문에 공항에서 가까운 지역 중심으로 갔습니다. 당시에 신도시로 떠오르던 일산이 공항도 가깝고 주거나 교육 환경이 좋다는 점 때문에 이사를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남매에 할머니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6명의 가족이 함께 살았어요. 가족이 많다보니 학교나 생활 반경, 재정적 상황에 맞춰가며 적지 않은 이사를 해왔죠. 일산 안에서도 장항동, 주엽동, 식사동 다시 주엽동에서 이사를 두 번 했습니다. 처음 일산에 이사 왔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 대형마트인 ‘까르푸’ 건물이 하나 우뚝 서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주변에 너무 많은 건물이 있어 버스를 타고 코 앞에 가야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어느 곳을 가도 그 건물 하나만 오뚝하니 정말 잘 보였어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 정도로 개발이 안 되어 있는 곳이었죠. 대신 그만큼 조용하고 평화롭게 학창시절을 보낸 곳인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인도나 도로도 넓고 쾌적하고, 차가 막히는 일도 없고, 공기도 깨끗하고, 서울 도심과는 다른 평화로움이 있었어요. 주변에 건물들이 지어지며 번화가로 변화가는 과정들을 바라보며 자랐습니다. 일산은 거의 버스 한 정류장마다 초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학교가 굉장히 많은 곳이에요. 그래서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교를 3번이나 전학 다녔죠. 걸어서 10분 걸리는 학교보다는 3분 걸리는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 전학을 가는 느낌으로. 성인이 된 이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친오빠가 중앙대 편입에 합격하게 되면서 친오빠와 함께 서울 흑석동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낡고 오래된 주택집이었는데 허름하고 불량배가 나올 것 같은 무서운 골목길을 들어가면 반전처럼 1층에 어린이집이 나왔어요. 2층이 저희 집이었죠. 낮에 집에 있으면 1층에서 귀여운 아이들 동요가 들리던 기억이 있어요. 창이 정말 큰 집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바퀴벌레, 곱등이, 온갖 벌레들이 나오던 집이었어요. 오빠 때문에 그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원망하기도 했지만 오빠가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지켜보던 시기라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오빠가 학교를 먼저 졸업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서 이번엔 제 학교 근처인 광진구 군자동으로 자취방을 구해 이사를 했습니다. 그곳도 정말 좁은 투룸 주택이었지만 학교에서 3분 거리라 그것에 만족하며 다녔습니다. 오빠와 함께 살다가 남동생이 서울에 있는 학교를 입학하게 되면서 오빠는 본가 일산으로 돌아가고 동생이 저와 함께 살게 됐어요. 제가 혼자 사는 것을 부모님께서 불안해 하셨기 때문에 남자 형제들을 번갈아가면서 함께 살게 하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형제들과는 돈독한 사이로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5년 정도 거주하던 중 바뀐 집주인이 전세와 월세를 올려 당시 재학 중이던 대학원과 동생 대학교의 위치를 고려하여 성동구 상왕십리에 집을 구하여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그곳도 낡은 주택이었지만 처음으로 조금 넓은 거실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조금은 숨이 틔였어요. 그리고 집이 역에서 2분 거리에 왕십리와 가까워 서울 어떤 곳을 가더라도 교통이 편했죠. 위치 면에서 가장 좋은 곳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곳에 만족하여 오래 거주할 계획이었는데, 2년을 보낸 뒤 갑자기 집안 사정으로 인해 엄마와 함께 3명이서 거주할 수 있는 곳을 구하게 됐습니다. 엄마의 주 생활반경인 일산과 저와 동생의 생활반경인 서울을 고려하여 고양시와 서울의 경계와 같은 삼송으로 집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이곳은 그린벨트였던 곳이 개발된 곳이라 북한산도 굉장히 가깝고 가까운 곳에 창릉천이 있어 자연환경도 좋습니다. 주변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며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에요. 처음으로 이곳에서 신축 아파트형 오피스텔에서 거주를 하게 됐습니다. 신축의 현대적인 깔끔함과 동시에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라 굉장히 만족하며 거주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주변에 차도 많이 없을 뿐더러 산에서 맡을 수 있는 숲속 냄새가 아파트까지 전해지기도 합니다. 엄마와 함께 사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라 10년 만에 집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았던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뭔가요?
제 기억 속 유년시절 배경의 대부분이 일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일산에 왔을 때 장항동에 양지마을이라는 4층 짜리 작은 빌라들이 모여있는 곳에 살았어요. 작은 마을 같은 곳인데 차가 동네에 진입할 수 없어 동네 자체가 아이들의 세상이었어요. 동과 동 사이에는 커다란 뜰이 있었는데 마치 큰 마당 같았죠. 그곳에서 동네 친구들이 모여 온갖 곤충들을 잡으며 놀았어요. 지금은 무서워서 못 잡는데 당시에는 메뚜기, 귀뚜라미, 사마귀, 나비, 잠자리, 방아깨비, 거미, 애벌레 못 잡는 곤충이 없었어요. 계절마다 그 변화를 느끼며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봄이면 화단에 진달래꽃이 많이 피었는데 꽃을 따다 꿀을 먹기도 하고 돌을 이용해 소꿉놀이를 하기도 했어요. 여름에 비가 내릴 때면 일부러 우산도 안 들고 나가서 신나게 비를 쫄딱 맞고, 물이 고인 곳에 소금쟁이나 달팽이가 모이는 걸 하루종일 지켜보기도 했어요. 양지마을 전체를 놀이터 삼아서 친구들과 온갖 게임을 하고 놀았던 즐거운 추억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 키우기에 정말 최고의 환경이지 않았나 싶어요. 작은 마을 같은 곳이다 보니 동네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고 서로 음식을 나누고, 다같이 뜰에 모여 야외에서 캠핑처럼 식사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많아서 정말 재밌고 행복하게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산이 산이 하나 있다는 뜻으로 지역명이 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산이 정발산인데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그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정발산 초입에 해태상이 있는데 삼남매가 그걸 말처럼 타고 올라가서 놀았죠. 그곳에 올라앉아 있는 사진이 많아요. 정발산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돗자리를 펴고 하루종일 누워서 놀기도 하고, 연못에서 개구리, 거북이, 올챙이들을 잡으면서 해가 질 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소의 이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까지 가족 구성원에 의한 이동을 해왔던 것 같아요. 아빠의 근무지, 오빠의 학교, 동생의 학교, 엄마와의 거주, 제 두 고양이와 거주가 가능했던 곳을 찾아왔던 것처럼. 제가 함께 사는 가족의 조건과 제 조건의 합의점 같은 곳을 찾아 이주를 해왔어요. 저는 가족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혼자인 것 보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 좀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기에 따라 함께 사는 가족과 제 조건에 가장 알맞은 합의점을 찾아 이동하는 것? 이것이 제가 지금까지 거쳐온 이동의 목표이자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집이란 무엇일까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회복하고 내려놓고자 하는 휴식의 공간입니다. 집이 쉴 수 없는 편안하지 않은 공간이 되는 순간 삶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지는 걸 경험했어요. 집에 문제가 있다면 어디가서 무얼 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그 문제에 얽매이게 되더라고요. 지친 하루를 끝내고 돌아갈 곳에 문제가 있다라는 건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집만은 저에게 안정적이고 평온한 공간이자 다른 걸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길 바랍니다.
가장 살고 싶은 집은 어디인가요?
제 경제적 활동 지역인 서울, 본가가 있는 일산, 이 두 곳에 접근성이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엄마도 지역자체를 굉장히 만족해 하고 계시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이 덕양구 삼송 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거주 중인 신축아파트의 깔끔함과 편리함에 굉장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북한산이나 창릉천, 스타필드와의 거리도 가까워 생활하는 면에서는 불편함 없이 지내는 편입니다. 현재 삼송에서 분당으로 가는 전철이 개설될 것이라는 말이 많은데 그 기획이 실행된다면 교통면에서도 더 편리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집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제 두 고양이를 포함해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평화롭고 행복한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함께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웃으면서 먹을 수 있는 곳. 두 고양이가 낮이면 햇빛을 마음껏 받고, 일광욕을 하며 잘 수 있는 채광이 좋은 곳. 그리고 예민한 층간소음이나 담배 냄새 등의 문제가 없는 곳이길 바랍니다.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을까요?
계약상 1년 뒤에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다시 이사를 가야합니다. 이후에 함께 사는 가족들의 상황과 제 상황, 두 고양이에게 맞춰 함께 살 수 있는 만족스러운 곳을 찾길 바랍니다. 그 곳을 위해 열심히 발품 팔 각오 중입니다.
3년 후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소중한 가족들의 건강을 바라고 곁에서 잘 챙기고 있길. 그리고 너가 이루고자 하는 작업, 건강, 행복 모두 잘 이뤄내고 있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