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고양이와 반려식물 #바밤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서울시 서대문구.
그 장소에 어떻게 왔나요?
태어난 곳은 외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서울 답십리였고, 그 뒤로는 경기도 고양시와 서울 마포구 일대를 이사 다녔어요. 마지막으로 서울시 서대문구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동했나요?
어린 엄마와 철없는 아빠 사이에 태어난 삼남매는 늘 가난했어요. 외할머니의 빌라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지내다 집값이 저렴한 경기도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뒤 아빠의 사업이 망해 더 가난해졌지만 서울에서 교육을 시키려는 엄마의 바람으로 서대문구로 이사했어요. 작은 평수의 음습한 기운이 드는 빌라를 일 년에 두세 번 이사하며 지냈습니다. 현재는 엄마, 남동생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서로 싸우는 날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천국과도 같은 이 집과, 내 고양이와, 푸른 빛깔을 내어 주는 반려식물이 함께 사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지금까지 살았던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뭔가요?
마포구로 이사하기 전, 서울 광나루에서 삼 개월 가량 산 적이 있습니다. 한강이 보이는 깨끗한 아파트였어요. 예닐곱 살이었던 저는 이 시기에 유치원도 가지 않고 매일 언니, 오빠와 놀며 보냈습니다. 오빠와 나눠먹었던 짝꿍 캔디(딸기맛과 포도맛의 작은 알 모양의 캔디), 밤에 가족끼리 산책하다 편의점에서 사먹었던 바밤바. 이런 것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장소의 이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람이 머무는 장소의 중요성은 그 무엇보다 크다고 생각해요. 공간이 트라우마가 되고 괴로운 감정이 생겨난다면 그때는 이동을 해야하는 시기겠죠. 주로 우울한 상황에 이사를 하게 되었던 저는 그다지 이사가 좋은 것만은 아니였어요. 하지만 항상 작은 설렘이 있었어요. ‘내 짐이 잘 도착 했을까, 이건 어디에 둘까, 창문은 크게 나 있을까’하는 생각에 들뜹니다. 저에게 장소 이동의 의미는 늘 전환점이자 새로움이었습니다.
집이란 무엇일까요?
떠나고 싶어도 쉽게 떠날 수 없는 곳. 현재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집에서 주는 눈치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엄마는 제가 어서 자취를 하길 바라고 저는 좀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제에게 집은 당장 떠나버리고 싶지만 더 먼 미래를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직은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어 집을 온전히 내 사랑과 안정감으로 채울 수는 없습니다. 10년 후에는 그렇게 되길 바래요.
가장 살고 싶은 집은 어디인가요?
서촌에 살고 싶어요. 입시 미술을 하다 힘들졌을 때 친구와 서촌에 놀러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사진은 당시 유행하던 카메라 필터가 적용되어 있는데 지금보면 촌스럽지만 또 그만의 감성이 있어 종종 찾아보곤 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이런 멋진 집에 살아야지 했는데 아직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집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큰 창, 넓은 창 앞에 숲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하늘하늘 춤추는 나뭇잎을 보기도 하고 낙엽이 지는 걸 보기도 하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창이 있는 곳 근처에 소파를 둬서 고양이를 만지면서 책도 읽고, 귤도 까먹고 하면 행복할 것 같아요.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이 있을까요?
처음 이사왔을 때의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은 어디가고 지금은 잡다한 짐들로 인해 정신이 없어요. 제일 걱정인 것은 베란다. 몇 가지 식물들을 두던 것이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버렸어요. 화분도 아파트 단지에 버려진 것을 주워다 심어놔서 당최 통일성이란 것이 없어요. 초반에는 이곳을 카페처럼 만들어서 테이블도 놓고 의자도 놓으려고 했는데 늘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르네요. 날이 많이 좋아졌으니 창을 활짝 열어 베란다 대청소를 해야겠습니다.
3년 후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일은 찾았니?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새로 생기고 없어지고 했니? 소중한 사람들에게 후회될 짓을 하지 않고, 열심히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내가 되었기를 바랄게. 언젠가 네가 이 글을 볼 때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언제나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