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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해외 이주 #바다가 보이는 곳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상수역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그 장소에 어떻게 왔나요?
울산 출생. 돌이 되기 전 중국 상하이로 이사. 네 살 무렵 중국 창사로 이사. 7살 때 한국 서울시 마포구로 이사. 10살 때 중국 심양으로 이사. 11살 때 중국 베이징으로 이사. 12살 때 베이징의 다른 집으로 이사. 14살 때 한국 서초구로 이사. 16살 때 서초구의 다른 집으로 이사. 20살 때 서울 마포구 상수동으로 이사. 현재 22살, 4월 30일 광흥창으로 이사 예정.
어떤 이유로 이동했나요?
해외와 한국을 오가게 된 건, 아버지의 해외 발령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나이를 세는 방법도, 언어도, 문화도, 공부 내용도, 그냥 모든 게 달라서 매번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한 장소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친해질 때쯤엔 꼭 이사를 갔고, 힘든 적응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친구들이 저를 중국인이라면서 놀리고, 향신료 냄새가 난다면서 놀리기도 했지만 제가 가진 경험의 값어치에 비하면 놀림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예고에 진학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 이주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스스로가 뿌리가 없고 고향도 없고 정체성이 없는, 어딜 가나 이방인 취급을 받는 그런 짬뽕 같은 삶이, 역마살이 끼어 있는 삶이, 너무나 서럽다 생각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저는 고향이 너무나도 많고 추억할 곳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잦은 이사를 원망하던 저였지만 이제는 반대로 그 경험들이 제 작품의 다양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았던 장소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뭔가요?
사실 매번 이사를 다닐 때마다 가장 좋고 즐거운 순간은 처음 이사 간 동네의 마트나 시장을 구경하는 일입니다. 새 동네 주변에 뭐가 있는지 구경을 하다 보면 새로운 장소에서 펼쳐질 앞날을 상상하는 일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어! 여긴 이것도 파네? 저것도 파네? 이제 이사왔으니까 자주 먹으러 와야지.” 하면서요. 중학생 때 저는 서초구 반포동으로 이사 갔었는데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운 좋을 때만 발견할 수 있다는 야채곱창 트럭을 발견했습니다. 딱 반포에서만 장사하던 트럭이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우리 동네에 있다니! 하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후 그 곱창 트럭을 운영하시던 사장님께서 반포동 상가에 아예 가게를 차리셨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살던 동네를 정말 사랑하게 됐었죠. 안타깝게도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왔지만요. 그리고 또 좋았던 곳은, 서초구에서 두 번째로 이사갔던 집, 그 공간 자체를 저는 몹시 좋아했습니다. 우선 넓은 방을 갖게 되어 좋았고, 햇빛이 따뜻한 집이라 좋았습니다. 집 주변, 매일 북적북적한 지하상가에서 하루종일 옷 구경하는 것도 행복했고, 집 바로 건너편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았습니다. 사람 많은 거리를 조금만 지나가면 조용한 거리가 나오는데, 그 거리에 있는 작은 공방들과 가게들을 구경하는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일부러 그 거리를 지나기 위해 먼 길을 다닐 정도로요.
장소의 이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실 물리적으로 내 몸과 물건이 이동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내 몸과 내 물건들이 새로운 장소에 적응해야만 하는 것이 ‘이주’의 가장 큰 핵심입니다. 적응의 과정에서 내 주변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게 되고,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제가 이사 가자마자 동네 마트나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새로운 학교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지도를 보며 새 동네에 뭐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이주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집이란 무엇일까요?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저에게 집은 집이라는 공간 자체라기보다 생활 반경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할 때 “심양에서 살던 집 좋았는데, 주변에 한인 마트도 가깝고 어린이집이랑도 가까워서.”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마 저에게 집은 제가 살았던, 저의 흔적이 있는 곳과 생활반경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살고 싶은 집은 어디인가요?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있는 곳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가장 살고 싶은 곳은 바다가 보이는 곳입니다. 울산에 계신 할머니댁이 바닷가랑 가까워서 바다를 보면 항상 할머니 생각이 나거든요. 그리고 재작년에 속초에 놀러갔을 때 바닷물이 맑아서 속초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집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주변에 마트가 꼭 있어야 하고 교통이 편리한 게 현재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이사를 다니며 엄마와 집을 보러다닐 때 했던 생각인데, 집의 구조나 교통이 그럭저럭인데도 마음에 팍 꽂히는 그런 집들이 가끔 있어요. 그런 집을 선택하면 나중에 이사를 가서도 예전에 그 마음에 들었던 집이 계속 생각이 나더라구요.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그런 집들이 가끔 있어서 이번에 이사 가는 집도 그런 방식으로 정했습니다.
현재 집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이 있을까요?
가장 큰 고민은 곧 4월 30일에 이사를 가는데, 현재 사는 집보다 작은 곳으로 가서 이삿짐을 어떻게 풀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제 방에 있는 물건은 작업실로 많이 옮겼지만 제 전공 특성상 짐이 워낙 많아 걱정입니다. 그동안 만들어왔던 작품을 버려야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3년 후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3년 뒤엔 꼭 교환학생 붙어서 또 많은 경험을 하고 왔으면 좋겠다!